2025. 7. 18. 11:36
[인터뷰] AI로 K-푸드 수출 장벽 허무는 ‘벨이삭’ 정 대표
‘2026 경기도 푸드테크 공모전’ 2위 수상… 14년 F&B 전문가가 현장에서 본 ‘수출 지옥’이 출발점
“좋은 제품 두고도 서류·언어 때문에 포기하는 영세 기업 돕는 ‘아름다운 이삭줍기’가 설립 취지”
“좋은 제품을 갖고도 영어 한 마디, 서류 한 장이 무서워 수출을 포기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AI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벨이삭은 단순히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플랫폼이 아닙니다. 밤낮으로 땀 흘려 음식을 만들고도 해외 길을 찾지 못해 좌절하는 영세 농가와 제조사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2026 제4회 경기도 푸드테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2위(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상)를 거머쥔 벨이삭(Belle IsaaC)대표는 수상 소감보다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먼저 이야기했다.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의 화려한 그늘 뒤에는 복잡한 무역 행정과 언어 장벽이라는 '독점적 장벽'에 가로막혀 해외 진출을 포기하는 수많은 농식품 제조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벨이삭의 설립 취지는 이처럼 가장 도움이 필요한 현장의 '수혈'이 되자는 데 있다. 사명인 벨이삭 역시 성경 속 루스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아름다운 이삭을 거둔다'는 뜻으로, 대기업이 주목하지 않는 영세 기업들이 흘린 땀방울이 글로벌 시장에서 버려지지 않고 온전한 결실을 맺도록 돕겠다는 정 대표의 상생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정 대표가 이러한 취지에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개발자 출신이 아닌 SPC그룹의 캄보디아 진출, BHC의 북미 사업, 글로우서울의 다국적 협상 등을 직접 온몸으로 부딪치며 완주해 온 14년 경력의 F&B 해외사업 베테랑이다.
그는 "해외로 소스 한 통을 수출하는 데도 대기업조차 어마어마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보았다"며 "이 과정을 자동화할 수만 있다면 인력이 단 1명뿐인 시골의 작은 제조사도 대기업처럼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설립의 방아쇠가 됐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벨이삭은 이러한 설립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영세 기업이 가장 고통받는 3대 난제인 '언어, 서류, 사후관리'를 완벽히 자동화하는 데 집중했다. 복잡한 무역 영어 소통은 AI(Claude, Gemini) 기반 플랫폼을 통해 바이어의 명함 한 장만으로 맞춤형 다국어 제안서가 자동 발송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수작업으로 100여 개 항목을 채워야 해 영세 업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수출 서류(CIPL) 작성 업무를 80% 이상 자동화했다.
설립 취지에 걸맞게 상생을 위한 실질적인 인프라도 이미 가동 중이다. 지난 5월 '서울푸드 2026' 박람회에서 약 200명의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이 자동화 시스템을 실증해 내며 아이디어가 아닌 실전임을 입증했다. 나아가 경기도의 우수한 로컬푸드 제조사들과 손잡고 'HACCP 인증을 받은 16종의 공동 PB 상품'을 직접 소싱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꿈꾸기 힘들었던 할랄 시장(말레이시아 등) 개척까지 벨이삭이 총대를 메고 직접 이끌고 있다.
정 대표가 꿈꾸는 벨이삭의 최종 지향점은 경기도의 친환경 로컬푸드 농가와 해외 바이어를 곧바로 연결하는 거대한 '글로벌 상생 허브'다. 경기도 원물을 우선 연계해 푸드 마일리지를 줄임으로써 탄소 저감을 실천하고, 경기농수산진흥원의 '마켓경기'와 시너지를 내 영세 기업들이 비용 부담 없이 해외로 진출하는 '수출 고속도로'를 닦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가장 소외된 곳에서 묵묵히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분들이 벨이삭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다”며 “그들이 흘린 땀이 글로벌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로 인정받을 때까지 가장 든든한 기술적, 사업적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