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기록 1 — 확신이 흔들리던 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다

2026. 7. 27. 15:46ㆍ카테고리 없음

프롤로그를 쓰고 나서 며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의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 온기에 기대어, 오늘은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벨이삭이라는 이름을 짓고 첫 화면을 켰던 밤, 사실 저는 확신보다 불안이 훨씬 컸습니다.

 

14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것과, 그것을 하나의 서비스로 옮기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바이어와 협상하던 감각, 서류를 다루던 손끝의 습관, 문화적 뉘앙스를 읽어내던 눈치까지 — 이 모든 것을 코드와 화면 안에 담아내려 할 때마다 자꾸만 벽에 부딪혔습니다. 초기 버전은 제가 상상했던 것의 반의반도 담아내지 못했고, 시제품을 보여드릴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그 무렵 자주 떠올린 장면이 있습니다. 양재역 앞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던 27살의 저와,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번엔 조언을 구할 선배도, 정해진 매뉴얼도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기능 하나하나를 갈아엎고 다시 쌓아올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기술적 한계보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었습니다. '이 길이 맞을까', '나만 이렇게 어렵게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이 밤마다 찾아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다시 붙잡아준 건 농촌 체험 학습 지도사 과정에서 만난 농가 대표님들의 얼굴이었습니다. 몇 배는 더 오랜 시간, 훨씬 더 불확실한 날씨와 싸워온 그분들을 떠올리면, 제가 겪는 시행착오는 견딜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다시 쌓았습니다. 화려한 기능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것에 집중했고, 바이어 명함 한 장을 인식해 메일 초안을 만들어내는 아주 작은 기능부터 다시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거창한 도약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완성 하나하나가 다음 걸음을 내딛을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흔들리던 밤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벨이삭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확신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 흔들림 끝에 마주한 작은 성공의 순간들을 나눠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